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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프린스의 독서노트/여행기행

중국 만리장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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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시안, 베이징, 중국 역사의

세 꼭짓점을 따라 달리는

4,800여 킬로미터의 여정




중국 만리장정 / 홍은택 / 문학동네


 보통은 이런 자전거 여행이라고 하면 어느정도는 일반인들도 가능할만한 거리에서 시작되는게 

아닌가 생각하는데 이 중국여행기는 우선 그 여정이 자전거로 무려 4,800킬로미터다. 우리가 

인터넷을 타고 농담처럼 말하는 대륙의 그것처럼 규모 자체가 어마어마하다. 그만큼 저자에게는 

중국이라는 나라가 볼거리가 많은 곳이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고 또 그곳은 그렇게 다녀야만

하는 곳이었는지도 모른다. 필자가 가보지 못한땅에서 저자는 어떤 생각을 하며 달리고 있었을지

파헤쳐본다.



 길도 그렇게 건너는 것이다. 푸른 신호등이 켜졌다고 해서 무작정 건너는 게 아니라 주위를 

살펴봐야 한다. 주동자가 먼저 길을 건너는 시늉을 하며 신경전을 벌여본다. 간을 본다는 

표현이 더 맞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자동차가 속도를 늦추는 기미를 보이면 발걸음을 

천천히 떼면서 보행자들을 견인한다. (본문중에서 p34)


  여행의 즐거움이라면 멋진 풍경을 감상하고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것도 있겠지만, 낯선 곳에서

그곳만의 문화를 그들과 함께 체험한다는데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이해가 가지않는 일이겠지만

그들에게는 생활인것 그것이 바로 그들만의 문화인 것이다. 단순하게 파란불, 빨간불의 규칙이지만

그 안에 문화를 담아서 살아가는 것이 인간이 아닐까. 우리네 문화는 어떠한지 생각해보자.



 마오쩌둥 부적이 불티나게 팔리는 것도 같은 현상이다. 영웅들은 죽어서 신이된다. 신은 인간의

평가에서 자유롭다. 쑨원을 신으로 받드는 데는 그의 삼민주의와 같은 사상에 감화된 탓도 있겠

지만 그보다는 영웅을 신격화하는 중국의 전통적인 정서와 잇닿아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웅을 기다리는 마음은 강력한 카리스마로 사회를 안정시킬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본문중에서 p109)


  중국하면 뭔가 폐쇄적이고 어두운 느낌이 들지만 우리보다 오래된 역사안에서 전통적인 부분을

마치 신격화하면서 지켜나가는 것을 보면 그것이 종교보다도 관습적인 범위안의 그들만의 언어처럼

굳어져버린 무엇이라는 생각이다. 상상할 수 없는 수많은 인구들 안에서 그들이 뭔가 잘 통제되어

하나로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이러한 영웅을 받드는 사상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차이나타운과 코리아타운의 흔한 비유처럼 함께 모여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 바로 그런 

힘이라고 생각한다.



 성벽 안쪽의 길을 타고 동문에 도착하자 잘생긴 젊은 남자직원이 검표하고 있었다. 중국 여행의

팁인데 중국은 잘생긴 남자들이 친절하다. 그는 관광안내소로 나를 인계했고 안내소에서는 뒤편

휴게실에 자전거를 들여놓았다. 정확히 내가 그리던 '아름다운' 광경이다. 따뜻한 찻물을 

담아주고 길도 친절하게 안내해준다. 중국에서는 인구가 많기 때문에 원칙을 지키는 사람도, 

융통성 있는 사람도 모두 있다. (본문중에서 p228)


  잘생긴 남자들이 친절하다는 대목에서 필자는 킥킥대며 웃었다. 그냥 웃기다. 필자의 경우는

해외에 나갈 기회가 생기면 비교적 외모가 수려한 여성에서 길을 묻곤한다. 물론 친절하다.

하지만 반대로 남성들에게 길을 묻다보면 불쾌한 느낌을 받기 쉬운데 저자의 의견보다 필자의

경우는 이성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던 기억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그의 엄청난

여정에서는 잘생긴 젊은 남자가 효과적(?) 이었나 보다. 



 이렇게 조회를하고 군무를 추다보면 개인들의 합이 전체가 아니라 전체의 부분이 개인이라는

느낌이 강해질 것 같다. 줄이 틀리거나 동작이 엇나가지 않도록 서로를 의식한다. 모두 집중해서

군중이 일사불란한 전체로 바뀔 때 아름다운 일체감을 느낀다. 서구인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는

중국의 한 측면일 것 같다. 전체라는 것은 선험적으로 주어진 것이고 자신은 선택 이전에 어딘가

에 이미 속해 있다는 느낌. 그러니 전체를, 전체의 대표를 내 손으로 선택해야 한다는 의식이 

생겨나기 어렵다. (본문중에서 p237)


  예전에 중국이라하면 공산국가, 사회주의라는 용어에 의해서 아무래도 경직된 이미지가 많이

떠올랐지만 최근에 와서는 그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된다. 우리가 농담처럼 말하는 

중국에 인구가 너무 많아서 개인의 개성이 표출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말들이 아마도 저자가

말하는 일체감이라는 용어로 표현되고 있는 것 같다. 전체의 논리를 그대로 따르는 것이 몸에

배어 있다는 것이 어찌 생각하면 조금 슬프다.


 모두에게 묻는다. 4000킬로미터가 넘는 거리를 자전거로 여행할 용기를 낼 수 있느냐고.

누구도 쉽지않은 일을 멀리 타국에서 실행에 옮긴 저자에게 우선 박수를 보낸다. 더군다나

적지 않은(?) 나이에. 단순하게 자전거 페달을 많이 밟았기에 보내는 박수라기 보다는

생생하게 전달되어 오는 저자의 여정이 중국이라는 기나긴 역사안에 더해지는 느낌으로 

다가오니 더욱 생생하게 느껴진다. 필자도 동네 한바퀴라도 자전거로 돌아야 겠다.


- Real Princ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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