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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프린스의 독서노트/여행기행

고현정의 여행,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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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사람, 기억에 관한

오키나와 여행 이야기




고현정의 여행, 여행 / 고현정 / 꿈의 지도


  여행관련 서적을 읽을때면 평소 가보고 싶었던 곳이라던가, 막연하게 동경했던 장소에 대한 서적을 찾아서 읽게 마련인데, 유명인들의 기행 형식으로 이루어진 책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단순하게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책이라기 보다는 오키나와를 살아가는 사람을 중심으로 장소를 소개한다는 것에서 그 관심을 두게 된 것이다.



어느 날 물을 지독히도 싫어한다는 연잎이 물방울을 바로 바로 비우는 것이 아니라 모아서 한꺼번에 와르르 좍 쏟는다는 기사를 읽고 흥미로웠다. 왜 그럴까? 한 번에 모아서 비우면 잎에 묻은 자질구레한 먼지나 포자, 세균이 물방울에 말끔히 씻겨 나가 깨끗해진 잎으로 광합성이 훨씬 잘 된다는 거다. 완벽하게 비우기 위해 연잎은 그 싫어하는 물을 안고 고통의 시간을 견디는 거다. 기왕 소진될 거라면 나도 물방울을 모아서 한 번에 확 쏟아내고 싶다. 끝까지 다. 

(본문중에서 p27)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은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모적인가. 육체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모든 것이 소모적이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에서 느끼는 피곤이 완전하게 소모되게 만들지만 그 감정의 찌꺼기는 우리의 머리속에 온전하게 남아 우리를 저 바닥에서부터 괴롭힌다. 우리는 주말이라는 시간에 이러한 찌꺼기들을 비우고 다시금 전쟁같은 생활전선과 마주하게 되는데, 갈수록 이러한 비움이 어려워지는 것이 지금의 세태가 아닌가 생각된다. 고통의 시간을 견디고 완전하게 비울 수 있는 행운(?)을 맞이하지 못한다면 인간이 기계가 아닌것처럼 언젠가는 쓰러지고 말것이다. 삶 안에서의 쉼표, 꼭 챙겨야 하는 것 아닐까.



정답도 없다. 매번 새로운 작품, 다른 캐릭터를 만나면 늘 백지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러니 누구는 연기의 비법을 가르친다고 하고, 연기의 기술으르 배우러 다닌다고 하는데, 정말 궁금하다. 정말 1퍼센트의 다른 마음이 없이 나는 연기를 어떻게 가르치는 것인지 궁금하다. 연기라는 게 "엄마!"하고 부르기전에 엄마의 눈을 잠깐 쳐다볼 것, 심호흡을 한 뒤 반 박자 쉰 다음에 다음 대사를 치고 나갈 것 등 매뉴얼이라는 게 없기 때문이다. 아니면 나만 모르고 있든가. 

(본문중에서 p37)


   기본적으로 이 책은 여행이라는 주제를 담고 있지만 필자가 집중해서 읽은 부분은 바로 고현정이라는 배우의 여행 안에서 자신의 삶을 바라보는 관조적인 자세가 아닌가 생각된다. 연기를 바라보는 자신만의 시각도 필자의 입장에서는 어떤 필드에서든 프로의 자세로는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느정도 수준에 다다르면 정해진 방법이라는 것은 무의미해진다. 정해진 틀이 없이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서 감각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바로 전문가의 방법이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필드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물어본다. "어떻게 하면 쉽게 할 수 있을까요?" 애초부터 쉽게 해본적이 없기 때문에 쉽게 하는 법을 모른다. 그저 하루하루의 숙고를 거친 반복이 있었기에 감각적으로 처리해 나갈 뿐이다. 물론 이 말을 이해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자기를 위해 유별을 떠는 이들은 이율배반적이다. 도마 위에 올릴 때는 난도질하자고 올려놓는 건데 올라갈 때는 언제고 막상 난도질당하면 아프다고 난리를 친다. 그게 싫으면 아예 도마 위에 올라가질 말았어야지. 그리고 남이 도마 위에 올라갈 때도 책임감 있게 난도질을 해줘야 한다. 어설프게 난도질을 하면 피도 못 내면서 내가 이런 칼도 맞아봤네, 그런 도마에도 올라봤네 하는 내용 없는 전력만 쌓게 할 수 있다. 애매한 승리를 얻을 거라면 게임을 아예 시작하지 않는게 낫다고 본다. (본문중에서 p92)


   프로의 냉정함이 묻어나는 말이다. 냉철하게 자신의 일에 대해서 평가 받아야 한다. 그저 감정적으로 남이하면 불륜, 내가하면 로맨스와 같은 이율배반적인 형태로 접근해서는 프로라는 이름표를 달 수 없는게 아닐까. 오히려 자신에게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수 있는 것이 전문가로서 비상할 수 있는 기준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현실 안에서는 쉽지 않다. 말그대로 팔은 안으로 굽기 때문이다. 항상 배수진으로 자신을 내모는 것이 방법이겠지만 현실안에서는 쉽지않은 법!



진짜들은 어렵지 않다. 진짜 연기를 잘하거나 진짜 스타이거나 진짜 아티스트들은 괜히 어려운 마음에 다가가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알고보면 까탈도 안 부리고 어렵게 굴지 않는다. 되다 만 사람들이 오히려 어줍잖게 이건 되고, 이건 안되고 까다롭게 구는 법이다. 진짜들은 그럴 필요가 없다. 상냥하게 대해주고 다 알려준다고 해도 자기 안의 중심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그걸 또 굳이 알아줬으면 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그 치명적 매력은 흉내낼 수 없으니 빛날 수밖에. (본문중에서 p124)


   여행기라고 하던데 기억에 남는 구절들이 왜 모두 일을 바라보는 자세와 관련된 부분만 있느냐고 할지 모르겠다. 사실 이 책은 오키나와를 여행하면서 느낀점과 자신의 지나온 삶을 돌아보는 장면들로 채워진 책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일반인과는 다른 삶을 살아온 배우라는 직업의 특성상 그 삶을 바라보고 또 자신만의 생각을 이야기 한 것들이 더욱 눈에 들어오는 것은 필자만은 아니리라 생각된다. 더군다나 필자도 필드에서 일하면서 느낀 것들이 공감이라는 단어로 압축할 수 있도록 정리되어 있는 것을 보면 거울 속에 비춰진 흰머리 만큼이나 세월이 흘렀나보다 하는 생각이 든다. 


   여행기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지만 기본적으로 이 책은 고현정과 함께 오키나와의 멋진 풍광을 사진으로 아낌없이(?) 담고 있다. 물론 일반 여행서적에서 담고 있는 다양한 풍경을 담는 것은 아니지만...... 무엇보다도 큰 차이점은 오키나와에서 자신만의 작업을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중심이라는 것이다. 여행이라는 것이 풍경을 만난다는 것도 있지만 그곳의 그네들이 살아가는 것을 들여다보는 것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 또한 큰 부분이 아닌가 생각된다.


   필자도 언젠가 오키나와로 떠나 있지 않을까하는 상상을 해본다. 


- Real Princ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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