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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프린스의 독서노트/소설

1Q84 Book1 / 무라카미 하루키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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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린시절 나의 상상력을 대신 표현해 준 작가
그와의 재회
나의 1Q84년을 찾아 떠나는 여행으로의 초대장
다시금 나의 상상속 세상과 그의 세상이 교차한다








1Q84 Book1 / 무라카미 하루키 / 문학동네 / 2009년

얼마전 3권까지 다 읽었다. 무려 2000페이지가 넘는 장편소설이지만, 짧게만 느껴진걸 보면
역시 하루키다. 그동안 나온 신작들을 건너뛰고 오래간만에 읽어서 그런지 세월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지겨워 질수도 있겠지만 역시 하루키 스타일로 쓰여진 소설이다.

때로는 판타지 같은 감성으로 쓰여진 부분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하루키의 소설을 표현하자면
'대리만족'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 이유는 내가 상상속에서 꿈꾸는 것들을 그는 소설로
재연시켜주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도 거대한 스토리와 함께 그만의 섬세한 표현들이
가득차있다. 하루키 팬이 아니라도 기대를 가지고 읽어봐도 좋을 듯.

'거참, 정말 희귀한 이름이시네요'라고. 30년 인생에서 대체 몇 번이나 똑같은 말을 들었던가.
이름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서 시시한 농담을 들어야 했던가. 이런 성으로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내 인생은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었을지도 모른다. (본문 p12)


이름이라는 부분에 있어서 나는 개인적으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름은 자신이 선택한 것이 아니기에 더욱 불만이 많은가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서 사진과 이름을 맞춰보면 선입견 때문인지는 몰라도 대체로 이름과
외모가 어울리는 사람들이 많다.

'이를테면, 글쎄, 자네는 한가지 중대한 사실을 놓치고 있어.' 고마쓰는 말했다.
그의 입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을 만큼 큼직하게, 즐겁게 벌어져 있었다.
'아니, 그보다는 그 사실에서 고의로 눈을 돌리고 있어.
그건 말이지, 자네 자신이 이미 이 일을 하고 싶어한다는 거야.
자네 마음은 이미 '공기 번데기'의 리라이팅을 향해 달리고 있어. 자넨 그걸 잘 알아.
리스크고 모럴이고 알게 뭐냐고. (본문 p62)


항상 모든 대화가 논리적일 수는 없기에 이런 설득의 논리는 더욱 눈이 간다.
도덕적으로 문제가 되는줄은 알지만 너도 하고싶은 일이 아니냐는 설득의 기술.
묘하게 이런 제안에 솔깃하게 되는게 인간이 아닐까?

워드프로세서 화면으로 보는 것과 용지에 프린트한 것을 보는 것은, 완전히 똑같은 문장이라도
눈에 들어오는 인상이 미묘하게 달라진다. 연필로 종이에 쓰는 경우와 워드프로세서의
키보드로 치는 경우는 채택하는 언어의 감촉이 다르다. 양쪽의 각도에서 점검해보는 게 필요하다.
프린트 종이에 연필로 수정한 부분을 기기의 전원을 켜고 하나하나 화면에 반영한다.
그리고 새로워진 원고를 이번에는 화면으로 다시 읽어본다. 나쁘지 않아, 라고 덴고는 생각했다.
각각의 문장이 합당한 무게를 지녔고 거기서 자연스러운 리듬이 생겨났다. (본문 p153)


최근에 들어서는 종이에 필기를 하기보다는 스마트폰이나 키보드를 두드려 글을 쓰는 일이
너무나 일반화되었다. 확실히 머리로 생각하는 것보다 글로 표현해놓고 보면 달라보인다.
또한 손으로 직접 쓴 글과 컴퓨터에 저장된 글을 또 느낌이 다르다.
컴퓨터로 저장된 글은 왠지 뭔가의 중간과정이 빠져있는 느낌이다. 그래서 중요한 것들을
자꾸만 놓치는 것 같다.
출력해놓고 빨간펜 과정을 거쳐야만 정말로 글을 쓴것같은 그런 느낌.

아오마메는 눈을 감고 관자놀이를 손끝으로 지그시 눌렀다.
아니, 그런 일도 어쩌면 있을 수 있는지 모른다.
내 뇌 속에 현실을 재작성하려는 기능 같은게 생겨나서 그것이 특정한 뉴스만 선택하고 거기에
검은 천을 덮어씌워 내 눈에 띄지 않도록, 내 기억에 남지 않도록 해버렸는지도 모른다.
(본문 p230)


나이를 먹을수록 많은 익숙한 일들을 생략해 나가는 것 같다.
우리가 흔한말로 '시간이 왜 이렇게 빨리가지?'라는 표현도 결국은 그런 생략들 때문
느끼는 기분이 아닐까? 지금도 자동으로 익숙한 생각들을 생략하고 있다.

'넌 앞으로도 음악을 계속할 거니?'
'다리가 나으면 다시 유도부로 돌아가요. 어떻든 유도를 하면 밥 굶을 일은 없거든요.
우리 학교가 특히 유도에 힘을 쏟고 있어서요. 기숙사에도 들어갈 수 있고 식당 식권도
하루 세 끼 모두 지급해줘요. 취주악부로는 그렇게 안 되죠.' '되도록 아버지 신세는 지지 않으려고?' '잘 아시잖아요' 덴고는 말했다. 여선생은 미소를 지었다.
'아깝구나. 이렇게 뛰어난 재능을 가졌는데.' (본문 p386)


우리들 현실 아닐까?
항상 '사람이 하고싶은 일을 해야 하는데...' 또는 '하고싶은게 직업이 되면 재미없어'라던가
현실과의 적당한 타협이 우리를 다른 공간에 데려다주곤 한다.
때로는 생존이라는 숙명과 만날때 피할 수없는 선택이 되지만......

'저지른 쪽은 적당한 이론을 달아 행위를 합리화할 수도 있고 잊어버릴 수도 있어.
보고 싶지 않은 것에서 눈을 돌릴 수도 있지. 하지만 당한 쪽은 잊지 못해. 눈을 돌리지도 못해.
기억은 부모에게서 자식에게로 대대로 이어지지.
세계라는 건 말이지, 아오마메 씨. 하나의 기억과 그 반대편 기억의 끝없는 싸움이야. (본문 p623)


세계는 하나의 기억과 그 반대편 기억의 끝없는 싸움이라.....
기억의 세습.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가정환경이 큰 영향을 미치곤 한다.
이 소설에서도 두 주인공의 특이한 가정환경이 그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고, 그것이
1984년과 이 소설의 배경인 1Q84년 사이를 가로지르고 있다.
1권의 살살피어오르는 긴장감이 2권을 곧바로 펴게 만들었다.

- Real Princ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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