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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프린스의 독서노트/소설

시장과 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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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장편소설

시장과 전장





시장과 전장 / 박경리 / 마로니에북스



  박경리 작가의 글을 읽어본 기억이 없다. 물론 각종 매체를 통해서 듣는 유명세라는 것에 

끌려 이제서야 책을 들었지만 '시장과 전장'은 그 작품들 중에서 초기작품이다. 약간은 아주

오래된 소설을 읽고있는 느낌이 들었지만 나름의 스토리와 묘사력은 살아있다.



 "죽는 일만은 마음대로 안 되는 법이야."

후욱 숨을 내쉰다.

 " 어디 있어도 살 사람은 살고 죽을 사람은 죽지. 조상의 땅을 버리고 낯선 곳에 가서 나는

못 살아. 선영 뫼시는 것도 내가 있는 동안뿐인데, 좋은 세상이 와서 옛날같이 된다 해도

너희들이 고향에 돌아와 살겠니? 선산에 풀 베는 것도 내 살아 있는 동안이지. 나는 그걸

알고 있어." (본문중에서 p19)


   가장 어려운 부분이 세대간의 인식차이가 아닐까 생각한다. 아무래도 자신의 세대가 

아닌 상황에서 그들의 생각을 표현한다는 것이 작가의 어려운 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요즘은 세상이 변해서 웹툰과 같은 장르도 스토리라는 것을 중시하고 있는데 소설과 

마찬가지로 작가는 자신이 직접 경험하지 않은 일에 대해서도 생생하게 묘사할줄 

알아야 하는데 그것은 바로 간접 경험과 뛰어난 관찰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데 그 애가 노상 하는 말이 이 세상에는 누구나 바라는 그 파랑새가 없다는 거예요.

치루치루 미치루는 산을 넘어 파랑새를 찾아갔다가 못 찾고 집에 와서 파랑새를 보았다

하지만 그건 바보였을 거라는 거예요. 제일 바보들이 회색새를 파랑새라 믿고 살고, 

그 다음 바보들이 때때로 회색 새로 보면서 파랑새로 볼려고 애를 쓰고, 그 다음 눈이

바로 박힌 사람들이 제대로 회색새로 본다는 거예요. 제일 바보가 인생을 속아 살아서

병신이지만 저 자신은 좋고, 다음은 비겁하고 미련스런 인생을 살고, 세 번째는 숫제 

아무것도 없다는 거예요. 진리는 공이라는 거예요. 그래서 그 애는 세 번째에 속하니

자기는 아무래도 죽을 수밖에 없다는 거죠. (본문중에서 p73)


   인용 치고는 길게 뽑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 너무나도 우리네 인생을 적나라하게

그려내고 있어서 아닐까. 하지만 현실을 왜곡해서라도 살아나가려는 의지를 얻을 수 

있다면 그 자체로만도 행복한 것이 아닐까. 회색새를 회색새로 밖에 볼 수 없다면 

인생은 언제나 회색일 수 밖에 없는것. 그것은 아무런 희망도 없이 그저 현재 안에서만

자신을 가두게 되고 아무런 미래에 대한 희망도 없이 하루하루를 반복해 나가는 

껍데기의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든다. 생각만 해도 몸서리가 쳐진다. 로버트 같이

살아가는 회색새만을 바라보는 삶. 파랑새는 결국 우리 눈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의 마음속에서 만들어 가는 것이다.



전장과 시장이 서로 등을 맞대고 그 사이를 사람들은 움직이고 흘러간다. 사람도

상품도 소모의 산길을 내달리며, 그리고 마음들은 그와 반대 방향으로 내달리고 있는

것이다. 사라져 가는 민심을, 사라져가는 인민들의 불길을 억기로라도 되살기리에는 

오직 승리가, 사람과 상품의 소모를 막아줄 결정적인 승리가 있을 뿐이라고 기훈은

생각한다. '민중을 믿다니 어림도 없는 소리, 그들도 결코, 결코 우리를 믿지 않았다.

그들은 어떠한 약속도 믿으려 하지 않는다. 오직 현실을 받아들일 뿐이지.'

(본문중에서 p246)


   냉철한 현실인식에 의한 깨달음이라 할지라도 대중, 민중이라는 단어 앞에서 어설픈

예측이라는 것은 힘을 얻기 어렵다. 알 수 없는 것이 대중의 힘이라는 것이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세상에서 우리들 대중은 알 수 없는 선택으로 이 세상을 이끌어간다.

때로는 힘없는 모습으로, 때로는 우매한 대중으로 모습으로, 때로는 성난 폭도의 모습으로

우리는 어디로 흘러가는 것일까. 누군가는 이러한 대중들의 흐름을 역사라는 이름으로

포장하여 기록하는지도 모르겠다. 그저 각자의 삶일 뿐인데......



   필자가 어렸을 적에는 학교에서도 반공 포스터니 한강에서 삐라를 가져오면 상을주고

그러던 시절이었다. 물론 지금 세대들이 읽기에는 '시장과 전장'이라는 소설이 6.25라는

다소 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주제로 다가올 수 있겠지만 신세대들이 그저 '밴드 오브

브라더스'와 같은 전쟁 드라마에서 느끼던 감상적인 느낌으로 접근하면 딴동네(?) 이야기

로만 느껴질 그런 이야기이다. 하지만 모든 세상을 우리네 경험을 통해서만 느낄 수 없듯

간접 경험 안에서의 그 시대의 이야기를 느껴보자. 


  조금은 지나보이지만 박경리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섭렵해보고 싶어진다. 



 - Real Princ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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