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풍경, 사람, 기억에 관한

오키나와 여행 이야기




고현정의 여행, 여행 / 고현정 / 꿈의 지도


  여행관련 서적을 읽을때면 평소 가보고 싶었던 곳이라던가, 막연하게 동경했던 장소에 대한 서적을 찾아서 읽게 마련인데, 유명인들의 기행 형식으로 이루어진 책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단순하게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책이라기 보다는 오키나와를 살아가는 사람을 중심으로 장소를 소개한다는 것에서 그 관심을 두게 된 것이다.



어느 날 물을 지독히도 싫어한다는 연잎이 물방울을 바로 바로 비우는 것이 아니라 모아서 한꺼번에 와르르 좍 쏟는다는 기사를 읽고 흥미로웠다. 왜 그럴까? 한 번에 모아서 비우면 잎에 묻은 자질구레한 먼지나 포자, 세균이 물방울에 말끔히 씻겨 나가 깨끗해진 잎으로 광합성이 훨씬 잘 된다는 거다. 완벽하게 비우기 위해 연잎은 그 싫어하는 물을 안고 고통의 시간을 견디는 거다. 기왕 소진될 거라면 나도 물방울을 모아서 한 번에 확 쏟아내고 싶다. 끝까지 다. 

(본문중에서 p27)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은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모적인가. 육체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모든 것이 소모적이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에서 느끼는 피곤이 완전하게 소모되게 만들지만 그 감정의 찌꺼기는 우리의 머리속에 온전하게 남아 우리를 저 바닥에서부터 괴롭힌다. 우리는 주말이라는 시간에 이러한 찌꺼기들을 비우고 다시금 전쟁같은 생활전선과 마주하게 되는데, 갈수록 이러한 비움이 어려워지는 것이 지금의 세태가 아닌가 생각된다. 고통의 시간을 견디고 완전하게 비울 수 있는 행운(?)을 맞이하지 못한다면 인간이 기계가 아닌것처럼 언젠가는 쓰러지고 말것이다. 삶 안에서의 쉼표, 꼭 챙겨야 하는 것 아닐까.



정답도 없다. 매번 새로운 작품, 다른 캐릭터를 만나면 늘 백지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러니 누구는 연기의 비법을 가르친다고 하고, 연기의 기술으르 배우러 다닌다고 하는데, 정말 궁금하다. 정말 1퍼센트의 다른 마음이 없이 나는 연기를 어떻게 가르치는 것인지 궁금하다. 연기라는 게 "엄마!"하고 부르기전에 엄마의 눈을 잠깐 쳐다볼 것, 심호흡을 한 뒤 반 박자 쉰 다음에 다음 대사를 치고 나갈 것 등 매뉴얼이라는 게 없기 때문이다. 아니면 나만 모르고 있든가. 

(본문중에서 p37)


   기본적으로 이 책은 여행이라는 주제를 담고 있지만 필자가 집중해서 읽은 부분은 바로 고현정이라는 배우의 여행 안에서 자신의 삶을 바라보는 관조적인 자세가 아닌가 생각된다. 연기를 바라보는 자신만의 시각도 필자의 입장에서는 어떤 필드에서든 프로의 자세로는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느정도 수준에 다다르면 정해진 방법이라는 것은 무의미해진다. 정해진 틀이 없이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서 감각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바로 전문가의 방법이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필드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물어본다. "어떻게 하면 쉽게 할 수 있을까요?" 애초부터 쉽게 해본적이 없기 때문에 쉽게 하는 법을 모른다. 그저 하루하루의 숙고를 거친 반복이 있었기에 감각적으로 처리해 나갈 뿐이다. 물론 이 말을 이해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자기를 위해 유별을 떠는 이들은 이율배반적이다. 도마 위에 올릴 때는 난도질하자고 올려놓는 건데 올라갈 때는 언제고 막상 난도질당하면 아프다고 난리를 친다. 그게 싫으면 아예 도마 위에 올라가질 말았어야지. 그리고 남이 도마 위에 올라갈 때도 책임감 있게 난도질을 해줘야 한다. 어설프게 난도질을 하면 피도 못 내면서 내가 이런 칼도 맞아봤네, 그런 도마에도 올라봤네 하는 내용 없는 전력만 쌓게 할 수 있다. 애매한 승리를 얻을 거라면 게임을 아예 시작하지 않는게 낫다고 본다. (본문중에서 p92)


   프로의 냉정함이 묻어나는 말이다. 냉철하게 자신의 일에 대해서 평가 받아야 한다. 그저 감정적으로 남이하면 불륜, 내가하면 로맨스와 같은 이율배반적인 형태로 접근해서는 프로라는 이름표를 달 수 없는게 아닐까. 오히려 자신에게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수 있는 것이 전문가로서 비상할 수 있는 기준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현실 안에서는 쉽지 않다. 말그대로 팔은 안으로 굽기 때문이다. 항상 배수진으로 자신을 내모는 것이 방법이겠지만 현실안에서는 쉽지않은 법!



진짜들은 어렵지 않다. 진짜 연기를 잘하거나 진짜 스타이거나 진짜 아티스트들은 괜히 어려운 마음에 다가가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알고보면 까탈도 안 부리고 어렵게 굴지 않는다. 되다 만 사람들이 오히려 어줍잖게 이건 되고, 이건 안되고 까다롭게 구는 법이다. 진짜들은 그럴 필요가 없다. 상냥하게 대해주고 다 알려준다고 해도 자기 안의 중심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그걸 또 굳이 알아줬으면 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그 치명적 매력은 흉내낼 수 없으니 빛날 수밖에. (본문중에서 p124)


   여행기라고 하던데 기억에 남는 구절들이 왜 모두 일을 바라보는 자세와 관련된 부분만 있느냐고 할지 모르겠다. 사실 이 책은 오키나와를 여행하면서 느낀점과 자신의 지나온 삶을 돌아보는 장면들로 채워진 책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일반인과는 다른 삶을 살아온 배우라는 직업의 특성상 그 삶을 바라보고 또 자신만의 생각을 이야기 한 것들이 더욱 눈에 들어오는 것은 필자만은 아니리라 생각된다. 더군다나 필자도 필드에서 일하면서 느낀 것들이 공감이라는 단어로 압축할 수 있도록 정리되어 있는 것을 보면 거울 속에 비춰진 흰머리 만큼이나 세월이 흘렀나보다 하는 생각이 든다. 


   여행기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지만 기본적으로 이 책은 고현정과 함께 오키나와의 멋진 풍광을 사진으로 아낌없이(?) 담고 있다. 물론 일반 여행서적에서 담고 있는 다양한 풍경을 담는 것은 아니지만...... 무엇보다도 큰 차이점은 오키나와에서 자신만의 작업을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중심이라는 것이다. 여행이라는 것이 풍경을 만난다는 것도 있지만 그곳의 그네들이 살아가는 것을 들여다보는 것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 또한 큰 부분이 아닌가 생각된다.


   필자도 언젠가 오키나와로 떠나 있지 않을까하는 상상을 해본다. 


- Real Prince -



팁텍톡!의 글이 유용하다고 생각되시면 아래를 활용하셔요.
Follow JoyfulPrince on Twitter 트위터로 만나고 싶으시면 눌러주세요.
  이메일로 연락하고 싶으시면 눌러주세요.


반응형
728x90
반응형

익숙한 공간에서 시작하는

설레임 가득한

일상 우주 여행












일상 여행자의 낯선 하루 / 권혜진 / 이덴슬리벨



내가 최근에 읽은 이덴슬리벨의 책들은 대부분 여행관련 서적들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여행서적의 내용은 책의 저자의 직접적인 여행지에서의 경험과 에세이적인 요소들로 가득 채워

진다. 필자는 이 책을 펼쳐들고서도 같은 생각으로 책장을 펼쳤지만, 기존의 틀을 깨기에 충분한

발상의 책이었다. 


바로 그 틀을 깬다는 형식은 우리의 일상 안에서 저자의 그간의 여행 및 독서와 취향사이를 넘나

드는 여행의 흔적이라 할 수 있겠다. 지금은 당장 여행지에 떠나 그 경험을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살아오면서 언젠가 겪었던 일들을 되짚어보며 그 안에서 무엇인가 진한 느낌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권혜진 작가의 일상 여행자론인 것이다.



무엇보다 얼마나 깊이 보고 존재를 체험하느냐는 얼마나 멀리 여행하느냐와 다르지 않았다.

여행에 있어 '거리'는 각자가 지닌 시선의 깊이 측정이다. 시선의 깊이. 그러하기에 앞서 철학,

과학, 인문학을 두루 여행한 선지자들의 도움은 회색빛 일상에 색을 입혀 줄 것이다. 그리고 

성검과도 같은 여행자의 '시선'만 있으면 집앞 골목에서도 앙코르와트의 일몰을 볼 수 있으며

동네 커피숍에서도 헤밍웨이가 될 수 있다. 그것이 진짜 여행이다. (본문중에서 p10)


바로 이 책의 컨셉이 이 문장에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여행이라는 개념에서 벗어나 실제로

그 장소에 가지 않아도 자신의 여러가지 간접적인 경험을 통해서 여행지를 바로 눈앞으로

옮겨놓는다는 것. 정말 기발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이런 방식의 특이한(?) 여행에 대해

그게 무슨 여행이냐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구글 스트리트 뷰를 보고 이제는 여행 갈 필요가

없겠다고 말한 기억이 있지 않은가? 아마도 아무런 생각없이 여행지를 바쁘게 이동하면서

사진만 찍고 돌아오는 여행보다는 여러가지 간접적인 경험을 통해 깨달음을 얻어가는 

신개념(?) 여행이 더 의미있는게 아닐까 하는 마음이다.



마치 필름을 새로 갈아 끼우듯 금방 바뀌는 풍경 속에서 여행자가 얼마나 그곳에 오래 있었는지,

혹은 무엇 때문에 이 생산성 없는 태평함을 누리는지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이것은 크나큰

자유다. 타인의 허송세월을 초를재며 기록하려는 오지랖 넓은 시선들에서 자유로울 수 있으니까

말이다. 강박의 도시 속에서 맘 놓고 일상 우주 여행을 펼칠 수 있는 자궁 같은 곳, 버스 

정류장이다. (본문중에서 p59)


사실 여행이라는 것은 저자가 말하고 있는 것처럼 익명성이라는 자유를 우리에게 주기에 더욱

적극적일 수 있고 일상과는 다른 태평함에 나를 맡기고 여유라는 언어를 나에게 선물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는 그 장소를 버스정류장으로 말하고 있다. 버스정류장은 우리에게

출발과 도착으로 기억되는 장소다. 하지만 여행자의 여유를 말하기에는 전혀 다른 의미의 

장소이지만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면 그곳이 바로 여행자를 위한 최고의 장소가 되어 버린다.

필자 또한 호기심에 버스정류장에 앉아본다. 하지만 끊임없이 날아드는 벌레와 소음, 그리고

먼지 때문에 포기해야만 했다.



"산다는 것은 서서히 태어나는 것이다"라고 생텍쥐페리는 말했다. 이 말은 조금씩 필요 없는 

옷을 벗어 나가겠다는 것인지도 모른다. 산업 기계로서 도구적인 삶에 길들여진 옷, 그 옷을 

조금씩 벗는 것이다. 그리고 알몸으로서의 자존적 공간을 확보해 가는 것. 조직과 집단에서 

벗어나 잠시라도 오롯이, 알몸으로 홀로 있음을 선택하는 이 쉽고 단순한 혁명. 

(본문중에서 p96)


저자의 말을 빌자면 우리에게 주어진 것들이 너무나 많다. 수많은 매체에서 지적하고 있는 것은

스마트폰 이겠지만 어디 그뿐이겠는가. 아무런 장애없이 하루하루를 자신의 의지에만 의해서

살아간다는 것이 이처럼 힘든 시대가 어디에 있을까. 그러다보니 에코, 웰빙, 로하스, 다운

쉬프트 등의 인위적으로 만들 필요도 없었을 용어들이 생겨나고 있다.

결국 나라는 본질에 접근하기 위해서 나를 둘러싸고 있는 장애물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인데

그런 것들이 오히려 자연스러워지고 있으니 큰 일이 아닐까.



이런 여행을 추천한다. 루브르 박물관에 갈 수 없다면 내 방을 전시실로 만들고, 파리 퐁피두 

센터에 가기 어렵다면 내가 작가가 되는 것이다. 여행은 공간을 이동해 실물을 직접 구경하고 

감상하는 원초적 의미도 있지만, 공간에 가서 직접 관람하며 기른 '안목'에 더 깊은 매력이 

있는지도 모른다. (본문중에서 p192)


누군가는 여행을 가기 전에 준비하는 시간이 그 여행보다 더 즐겁다고 말한다. 필자의 경우도 

그랬던 것 같다. 내가 너무나도 가지고 싶었던 물건이 손에 들어온 짧은 순간이 지나고 나면

그 기쁨은 사라져 버린다고 말하는 것처럼 하나하나의 과정이 더욱 우리에게 보람을 주고

기억에 남듯 여행이라는 행위도 결국은 장소에 대한 기억보다는 장소에 머무르기 위해 거쳐간

과정들이 더욱 소중한지도 모르겠다.

저자가 말하는 일상여행자의 의미는 책의 중반부를 넘어서야 이해할 수 있었지만 생활이 바로

여행이라고 말하고 싶다면 한 번쯤은 시도해 볼만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기회가 된다면

버스정류장 여행 다시 한 번 시도해 보고 싶다.


- Real Prince -




팁텍톡!의 글이 유용하다고 생각되시면 아래를 활용하셔요.
Follow JoyfulPrince on Twitter 트위터로 만나고 싶으시면 눌러주세요.
  이메일로 연락하고 싶으시면 눌러주세요.


반응형
728x90
반응형


우에노 어느 식당가 뒷골목에서

- Contax G1 / Contax Biogon 21mm F2.8 -


카메라와 함께 신세계에 발을 디디다.

 

정말 아무생각없이 동경으로 출발했다.
그냥 사진 찍기 좋다는 후배의 말과 1999년 후쿠오카에 대한 좋은 기억으로...
당시에는 사진에 미쳐있었고, 여름휴가는 더없이 좋은 기회였다.
저렴하면서 나름 친절한 숙소를 우에노에 구했다.
다다미방에 짐을 풀고 미친듯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우에노는 동경의 구시가지의 느낌이랄까
전반적으로 오래된 건물들이 많다.
식당들도 가게들도...모두....
교통중심지로 다른 좋은 곳으로 우리를 데려다 준 출발점이랄까...그랬다.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