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The Vita Capitalism

생명이 자본이다.





생명이 자본이다 / 이어령 / 마로니에북스



그의 글을 읽으면 뭔가 지식의 깊이가 느껴진다. 언어의 마술을 깊이있는 지식으로 새롭게 풀어가는

그의 글이 한편으로는 그저 부럽기만하다. 누군가 그와 인터뷰를 할 때 한마디도 제대로 하지 못

했다는 말이 이해가 간다. 이 책에서도 '금붕어'라는 단어안에서 큰 원을 그려가며 한 권의 컨셉을

풀어나가고 있다.



   이제 80입니다. 8자를 눞히면 무한대의 기호가 되고 뫼비우스의 띠로 변한다고 내 나이에 

덧칠을 해보지만 이제 글쓰기도 예전 같지가 않습니다. 아침마다 기억은 저만큼 도망치고 

내가 길들여 온 '말'들은 흰머리카락처럼 빠져 사방에 흩어집니다. 내 삶 전체가 쓰레받기에 

담기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파집니다. 조금 일찍 쓸 걸 그랬나 봅니다. 구술도 해보고 메모한 

것을 완성하기 위해서 젊은 대필자를 구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남이 내 목숨을 대신해 줄 

수 없듯이 글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지내보고야 알았습니다. (본문중에서 p7)


이 책을 처음 접하고는 80이라는 나이에 '신간'이라는 단어가 '이어령'이라는 이름 앞에서는 독자

들로 하여금 기대감을 주기에 충분하다는 느낌이었지만 프롤로그의 글처럼 세월의 흐름을 빗겨갈

수 없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 인가봅니다. 필자의 경우는 그를 늦게 만나 '디지로그'를 통해서

그의 진가를 느꼈지만 이 책에서도 녹슬지 않은 그의 지식의 깊이가 묻어나는 것은 아마도 이어령

작가 자신만의 세월의 무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 살아있다. 살아있었구나. 전쟁과 피난살이 속에서 젊은이들이 겨우 매달려 산, 시 한 

구절이 있다. '바람이 이는구나. 아, 살아야만 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분명 남의 말로 된 시 

한 구절이 아니었다. '자살'이라는 말도 거꾸로 읽으면 '살자'가 된다는 강렬한 모국의 언어로

 감지한 목숨, 그때까지 숨기고 살아온 내 굳은 생명의 살점을 만져보는 순간, 음표와 음표 

사이에서 침묵하던 목청이 트인 것이다. 그리고 그때 나도 모르게 하얀 입김과 함께 튀어나온 

말이 유레카였다. (본문중에서 p22)


이 책의 전체적인 구성은 금붕어 에피소드에서 시작하여 금붕어로 돌아온다. 필자가 마음에 들어

한 글들의 대부분은 하나의 주제를 통해서 반복해서 그 지식을 두텁게 그려가면서 다시금 주제의

무게를 진하게 독자들 가슴속에 심어주는 형태의 글들이었는데, 이 책도 그런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바로 금붕어를 통해 저자가 느꼈던 삶의 무게를 생명 자본주의라는 새로운 언어에 얹어

자신만의 언어로 풀어가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에도 콩 세 알에 담긴 마음을 이어 나가려는 사람들이 많다. 그중 하나의 이론이 바로

'자연자본주의'다. 자연과 자본주의는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말이다. 쉽게 말하면 돈이나

산업과 같은 것을 자본으로 하여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물,바람, 태양 그리고 자연의 모든 

생태계를 자본 삼아서 재생산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자본주의로 바꿔가자는 것이다.

(본문중에서 p170)


콩 세 알에 담긴 마음이라는 것이 어쩌면 화폐경제를 앞세운 지금의 자본주의 문화에서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주장으로 들리겠지만 지금의 인류가 겪고있는 여러가지 문제들이 결국은 그러한

각박한 세상의 원인이된 여러가지 자본주의적인 문화때문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결국 자연, 생명

이라는 주제 안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문화가 새로운 자본주의로 자리잡는다면 자본주의로

인해 상처받은 인류를 구할 수 있는 새로운 키워드가 될 수 있지않을까하고 생각해본다.



  사자들과 영양들의 경주가 아니라도 우니라나 말에 보면 '먹힌다'는 말이 참 많다. 우리는

'말이 안 먹히네', '아이디어가 안 먹히네'라는 말을 쓴다. 소통은 대개 먹히는 것이다. 먹혀야

소통이 된다. 내 말이, 내 마음이 상대방 마음에 먹혀야 통하는 것이다. 안 받아주면 나는 말을

하나마나이다. (본문중에서 p178)


최근에 와서 '소통'이라는 말이 계속해서 회자되는 것을 보면 아마도 소통이라는 것이 중요한

키워드로 다가올 만큼 우리의 대화에 문제가 생겼나보다. 우리가 흔히 일을 잘한다는 것은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느냐에서 판가름 난다고 말한다. 그 방법이야 여러가지겠지만 상대의

마음을 열 수 있는 것도 결국은 생명의 소통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생명 자본주의 설파하는 것이

바로 이 책의 메시지인 것이다. 결국 물질적으로 눈에 보이는 것은 먹는 것이지만, 정신이나 영혼

에서 보았을때는 먹히는 쪽이 더 위라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말이 뒤늦게 이해를 부르는

것이다.



  '유레카'라고 하는 감탄사 하나의 낱말을 통해서 우리는 희랍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문화인류학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아이고'라는 언어를 통해서 이 지상에서 가장 청정하다는 

파랗고 투명한 바이칼 호수까지, 그리고 그 추위까지 갈 수가 있다. 철학 용어도 아닌, 과학 

용어도 아닌 우리 조상들이 남긴 말이다. 남들처럼 금붕어를 많이 기르지도 않는, 

상품화하지도 않는 우리 조상들이었지만, 붕어란 원종의 말을 남겨준 까닭으로 나는 금붕어를 

통해 붕어들이 놀던 그 생명공간까지 도달할 수가 있었다. (본문중에서 p245)


이 책의 '생명 자본주의'를 설파하기 위한 최초의 에피소드. 바로 '금붕어'에서 온 것이 이 책의

전반에 큰 원을 그려가면서 계속해서 진한 원을 만들어주고 있다. 그것이 저자의 언어 속에 흔적을

남기면서 '생명 자본주의'를 더욱 독자들의 뇌리속에 각인 시키는 것이 바로 이 책의 소통방식인 

것이다. 때로는 금붕어라는 단어에 대한 한중일 삼국의 어원에서부터, 그들의 금붕어 사랑까지.

지식을 풀어가는 방식이 움베르트 에코의 그것과 비슷한 느낌을 주었다면 필자만의 생각일까?


- Real Prince -

 



팁텍톡!의 글이 유용하다고 생각되시면 아래를 활용하셔요.
Follow JoyfulPrince on Twitter 트위터로 만나고 싶으시면 눌러주세요.
  이메일로 연락하고 싶으시면 눌러주세요.


반응형
728x90
반응형

박경리 장편소설

시장과 전장





시장과 전장 / 박경리 / 마로니에북스



  박경리 작가의 글을 읽어본 기억이 없다. 물론 각종 매체를 통해서 듣는 유명세라는 것에 

끌려 이제서야 책을 들었지만 '시장과 전장'은 그 작품들 중에서 초기작품이다. 약간은 아주

오래된 소설을 읽고있는 느낌이 들었지만 나름의 스토리와 묘사력은 살아있다.



 "죽는 일만은 마음대로 안 되는 법이야."

후욱 숨을 내쉰다.

 " 어디 있어도 살 사람은 살고 죽을 사람은 죽지. 조상의 땅을 버리고 낯선 곳에 가서 나는

못 살아. 선영 뫼시는 것도 내가 있는 동안뿐인데, 좋은 세상이 와서 옛날같이 된다 해도

너희들이 고향에 돌아와 살겠니? 선산에 풀 베는 것도 내 살아 있는 동안이지. 나는 그걸

알고 있어." (본문중에서 p19)


   가장 어려운 부분이 세대간의 인식차이가 아닐까 생각한다. 아무래도 자신의 세대가 

아닌 상황에서 그들의 생각을 표현한다는 것이 작가의 어려운 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요즘은 세상이 변해서 웹툰과 같은 장르도 스토리라는 것을 중시하고 있는데 소설과 

마찬가지로 작가는 자신이 직접 경험하지 않은 일에 대해서도 생생하게 묘사할줄 

알아야 하는데 그것은 바로 간접 경험과 뛰어난 관찰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데 그 애가 노상 하는 말이 이 세상에는 누구나 바라는 그 파랑새가 없다는 거예요.

치루치루 미치루는 산을 넘어 파랑새를 찾아갔다가 못 찾고 집에 와서 파랑새를 보았다

하지만 그건 바보였을 거라는 거예요. 제일 바보들이 회색새를 파랑새라 믿고 살고, 

그 다음 바보들이 때때로 회색 새로 보면서 파랑새로 볼려고 애를 쓰고, 그 다음 눈이

바로 박힌 사람들이 제대로 회색새로 본다는 거예요. 제일 바보가 인생을 속아 살아서

병신이지만 저 자신은 좋고, 다음은 비겁하고 미련스런 인생을 살고, 세 번째는 숫제 

아무것도 없다는 거예요. 진리는 공이라는 거예요. 그래서 그 애는 세 번째에 속하니

자기는 아무래도 죽을 수밖에 없다는 거죠. (본문중에서 p73)


   인용 치고는 길게 뽑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 너무나도 우리네 인생을 적나라하게

그려내고 있어서 아닐까. 하지만 현실을 왜곡해서라도 살아나가려는 의지를 얻을 수 

있다면 그 자체로만도 행복한 것이 아닐까. 회색새를 회색새로 밖에 볼 수 없다면 

인생은 언제나 회색일 수 밖에 없는것. 그것은 아무런 희망도 없이 그저 현재 안에서만

자신을 가두게 되고 아무런 미래에 대한 희망도 없이 하루하루를 반복해 나가는 

껍데기의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든다. 생각만 해도 몸서리가 쳐진다. 로버트 같이

살아가는 회색새만을 바라보는 삶. 파랑새는 결국 우리 눈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의 마음속에서 만들어 가는 것이다.



전장과 시장이 서로 등을 맞대고 그 사이를 사람들은 움직이고 흘러간다. 사람도

상품도 소모의 산길을 내달리며, 그리고 마음들은 그와 반대 방향으로 내달리고 있는

것이다. 사라져 가는 민심을, 사라져가는 인민들의 불길을 억기로라도 되살기리에는 

오직 승리가, 사람과 상품의 소모를 막아줄 결정적인 승리가 있을 뿐이라고 기훈은

생각한다. '민중을 믿다니 어림도 없는 소리, 그들도 결코, 결코 우리를 믿지 않았다.

그들은 어떠한 약속도 믿으려 하지 않는다. 오직 현실을 받아들일 뿐이지.'

(본문중에서 p246)


   냉철한 현실인식에 의한 깨달음이라 할지라도 대중, 민중이라는 단어 앞에서 어설픈

예측이라는 것은 힘을 얻기 어렵다. 알 수 없는 것이 대중의 힘이라는 것이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세상에서 우리들 대중은 알 수 없는 선택으로 이 세상을 이끌어간다.

때로는 힘없는 모습으로, 때로는 우매한 대중으로 모습으로, 때로는 성난 폭도의 모습으로

우리는 어디로 흘러가는 것일까. 누군가는 이러한 대중들의 흐름을 역사라는 이름으로

포장하여 기록하는지도 모르겠다. 그저 각자의 삶일 뿐인데......



   필자가 어렸을 적에는 학교에서도 반공 포스터니 한강에서 삐라를 가져오면 상을주고

그러던 시절이었다. 물론 지금 세대들이 읽기에는 '시장과 전장'이라는 소설이 6.25라는

다소 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주제로 다가올 수 있겠지만 신세대들이 그저 '밴드 오브

브라더스'와 같은 전쟁 드라마에서 느끼던 감상적인 느낌으로 접근하면 딴동네(?) 이야기

로만 느껴질 그런 이야기이다. 하지만 모든 세상을 우리네 경험을 통해서만 느낄 수 없듯

간접 경험 안에서의 그 시대의 이야기를 느껴보자. 


  조금은 지나보이지만 박경리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섭렵해보고 싶어진다. 



 - Real Prince -




팁텍톡!의 글이 유용하다고 생각되시면 아래를 활용하셔요.
Follow JoyfulPrince on Twitter 트위터로 만나고 싶으시면 눌러주세요.
  이메일로 연락하고 싶으시면 눌러주세요.


반응형
728x90
반응형

미술은 잘 모른다.

하지만 자신의 취향에 따라

느껴보고 적어본다.

한국 현대미술

 

 

 

 

 

 

 

 


테마로 보는 한국 현대미술 / 박영택 / 마로니에북스

 

필자는 미술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다. 하지만 나름의 느낌으로 이 책을 느껴보고

그 느낌을 옮겨보고자 한다. 이 책에는 수많은 대한민국의 작가들의 그림과 사진 또 설치미술을

중심으로 각 테마별 작품의 평을 다양하게 다루고 있다.

그중에서 필자가 나름 마음에 들었던 다섯 작품을 선정하여 옮겨본다.

 

 

분명 이 사진은 한국전쟁 이후의 보편적인 풍경이었던 서울의 산동네를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장소를 보여준다. 현재의 시간 위에 느닷없이 지난 시간의 풍경을

생생하게 부감시켜준다. 현기증 나는 발전과 편리성,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는 성장과 부의

욕망에 뒤쳐진 저 시공간에 대해 새삼 생각나게 한다. (본문중에서 p17)

 

김종엽 작가의 도시에 뜬 별-산동네의 밤 이라는 사진 작품에 대한 평을 발췌했다.

이 작품은 작가의 빛을 다루는 모습이 절묘하다고 말하고 싶다. 사진 자체는 별 다른게 없어

보일 정도로 매우 평범하다. 그저 우리의 기억 속에 있는 달동네의 어느 저녁의 모습이다.

하지만 어린시절을 이런 곳에서 보냈거나 사진을 취미로 하고 있어 이런 공간을 오르내려

보았다면 이 작품의 풍경이 주는 따스함과 절묘한 조명의 조화에 은은한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대중의 시선에서 인물사진이 주를 이루는 이 때 주목해 볼만한 작품으로 보인다.

 

 

그 사진은 설명적이거나 한 장면의 재현이거나 의도된 서술을 넘어선 자리에 조금은

폭력적이어서 보는 시선을 불안하게 만든다. 이성의 힘에 의해 조율된 것이 아니라 본능이나

무의식이 낚아챈 순간이다. 그로 인해 사진을 대하는 이들 역시 순간적으로 자신의 아득하고

깊은 내부로 떨어진다. 불에 덴 것처럼 그 장면들을 만나고 기억하고 끄집어 올린다.

(본문중에서 p96)

 

이갑철 작가의 영혼을 보내는 날-아버지의 49제 라는 사진작품에 대한 평을 발췌했다.

이 작품은 저자의 평처럼 뭔가 일반적인 사진구도와는 다르다. 마치 살바로르 달리의

큰 시계를 보는 듯한 몽환적인 아웃포커스의 꽃, 그리고 그 뒤를 불안하게 잘려나간

할머니의 옆모습으로 채우고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진을 찍으면 자신이 바라보는 프레임 안에 완전한 사물을 담으려

노력하게 된다. 그러다보면 이런 과감한 프레임을 구성하기가 쉽지 않다. 사진이 그림같은

느낌을 준다는 것을 이런때 말하나 보다.

 

 

작가는 모종의 괴물을 그렸다. 자신의 얼굴에서 빠져나오는, 분리되지 않는 괴물이다.

이 초상은 단지 자신의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이 얼굴은 누구나 지니고 있는 얼굴이고 누구나

느끼는 불안과 공포이다. (중략) 결국 작가는 주어진 사회시스템이 요구하는 틀에 의해

연출되어지는 얼굴, 정체성 그리고 얼굴이 가리고 있는 불안과 공포에 대해 이야기한다.

(본문중에서 p238)

 

박승예 작가의 enforced insight 라는 작품에 대한 평을 발췌했다.

자신의 초상화를 주제로 그림을 그리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의미는 다양한 형태로 해석할 수

있어 보인다. 이 작품은 공포영화 포스터에 나올법한 그런 분위기를 담고 있는데, 단순하게

작가 자신의 내면을 본다기 보다는 사회적인 현상으로부터 빚어진 자신의 심리상태를 작품에

반영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한눈에 들어오는 투명한 총체성의 시선 역시 배반한다. 그러니까 케네디의 얼굴을 이루는 칸칸의

작은 이미지들은 다름 아닌 먼로이고, 먼로의 얼굴을 형성하고 있는 작은 사각형 안에는 케네디의

얼굴이 들어 있다. 그렇다면 그것은 단일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복수의 이미지를 한

공간에서 동시에 보여주는 기이한 화면이 되는 셈이다. 거리를 두고 시간의 차이 속에서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거듭하는 이미지들은 보는 이들에게 무엇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일까?

(본문중에서 p371)

 

김동유 작가의 케네디와 마릴린먼로 라는 작품에 대한 평을 발췌했다.

이 책의 표지에도 사용된 두 장의 사진같은 그림이다. 멀리서는 케네디가, 가까이서는 마릴린먼로가

뭔가 두 사람의 관계나 거리의 친밀감을 통해서 다르게 비춰지는 존재에 대한 구상을 작품으로

표현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같은 그림을 모자이크 타일처럼 배열했는데 그 안에서도 각각의

면의 명도를 섬세하게 처리하여 전체적으로 그림을 만들어가는 모습이 특이하다.

 

 

그의 사진은 보이기와 안 보이기, 흐림의 시각적인 구조에 의해서 구체화된다. 흐림은 어떤 부분은

가리고 또 다른 부분은 보여주는 '보이면서도 가리는' 이중성을 띠고 있으며, 이것은 물결의 흐름처럼 형상화된다. 원래 희미함은 외곽선을 다 보여주지 않아서 대상을 그리면서도 열어놓는 자유로움의 세계이다. (본문중에서 p538)

 

민병헌 작가의 '안개'라는 사진작품에 대한 평을 발췌했다.

조금 오래전이지만 마이클 케나의 사진전에 다녀온 적이 있다. 마치 민병헌 작가의 사진은 마이클

케나의 것과 닮아 있는 느낌이다. 젤라틴 실버 프린트 형태로 인화된 그림같은 사진이 아마도

실물을 보면 손으로 만져보고 싶을 것이다. 뭔가 보일듯 보이지 않는 몽환적인 구성이 인간의 눈으로

는 도저히 느껴보기 힘든 그런 몽환적인 사진, 아니 그림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작품을 보다보면 시간이 멈춰지는 느낌이 들어 마음이 편해진다.

미술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지만 예전에 사진을 오래 찍었던 기억을 더듬어 오래간만에 눈이 호사했다.

물론 전시장과 같은 곳에서 보았다면 조금은 다른 결과로 다가왔을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다년간의 미술평론에 경험을 실어 그간의 한국미술 평론에 대해서 다양한 시각을 표현하고

있다. 각 작품에 대한 글들이 매 번 다른 느낌이라 한 번에 작성된 평론들이 아닌 긴 시간을 두고

숙성된 포도주와 같은 그런 풍미가 느껴지는 깊은 글들로 구성되어 있다.

 

올해에는 오래간만에 전시장에 가보고픈 마음이 느껴지는건 왜일까?

 

 

- Real Prince -

 


팁텍톡!의 글이 유용하다고 생각되시면 아래를 활용하셔요.
Follow JoyfulPrince on Twitter 트위터로 만나고 싶으시면 눌러주세요.
  이메일로 연락하고 싶으시면 눌러주세요.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