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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프린스의 독서노트/예술대중문화

테마로 보는 한국 현대미술 / 박영택 / 마로니에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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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은 잘 모른다.

하지만 자신의 취향에 따라

느껴보고 적어본다.

한국 현대미술

 

 

 

 

 

 

 

 


테마로 보는 한국 현대미술 / 박영택 / 마로니에북스

 

필자는 미술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다. 하지만 나름의 느낌으로 이 책을 느껴보고

그 느낌을 옮겨보고자 한다. 이 책에는 수많은 대한민국의 작가들의 그림과 사진 또 설치미술을

중심으로 각 테마별 작품의 평을 다양하게 다루고 있다.

그중에서 필자가 나름 마음에 들었던 다섯 작품을 선정하여 옮겨본다.

 

 

분명 이 사진은 한국전쟁 이후의 보편적인 풍경이었던 서울의 산동네를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장소를 보여준다. 현재의 시간 위에 느닷없이 지난 시간의 풍경을

생생하게 부감시켜준다. 현기증 나는 발전과 편리성,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는 성장과 부의

욕망에 뒤쳐진 저 시공간에 대해 새삼 생각나게 한다. (본문중에서 p17)

 

김종엽 작가의 도시에 뜬 별-산동네의 밤 이라는 사진 작품에 대한 평을 발췌했다.

이 작품은 작가의 빛을 다루는 모습이 절묘하다고 말하고 싶다. 사진 자체는 별 다른게 없어

보일 정도로 매우 평범하다. 그저 우리의 기억 속에 있는 달동네의 어느 저녁의 모습이다.

하지만 어린시절을 이런 곳에서 보냈거나 사진을 취미로 하고 있어 이런 공간을 오르내려

보았다면 이 작품의 풍경이 주는 따스함과 절묘한 조명의 조화에 은은한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대중의 시선에서 인물사진이 주를 이루는 이 때 주목해 볼만한 작품으로 보인다.

 

 

그 사진은 설명적이거나 한 장면의 재현이거나 의도된 서술을 넘어선 자리에 조금은

폭력적이어서 보는 시선을 불안하게 만든다. 이성의 힘에 의해 조율된 것이 아니라 본능이나

무의식이 낚아챈 순간이다. 그로 인해 사진을 대하는 이들 역시 순간적으로 자신의 아득하고

깊은 내부로 떨어진다. 불에 덴 것처럼 그 장면들을 만나고 기억하고 끄집어 올린다.

(본문중에서 p96)

 

이갑철 작가의 영혼을 보내는 날-아버지의 49제 라는 사진작품에 대한 평을 발췌했다.

이 작품은 저자의 평처럼 뭔가 일반적인 사진구도와는 다르다. 마치 살바로르 달리의

큰 시계를 보는 듯한 몽환적인 아웃포커스의 꽃, 그리고 그 뒤를 불안하게 잘려나간

할머니의 옆모습으로 채우고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진을 찍으면 자신이 바라보는 프레임 안에 완전한 사물을 담으려

노력하게 된다. 그러다보면 이런 과감한 프레임을 구성하기가 쉽지 않다. 사진이 그림같은

느낌을 준다는 것을 이런때 말하나 보다.

 

 

작가는 모종의 괴물을 그렸다. 자신의 얼굴에서 빠져나오는, 분리되지 않는 괴물이다.

이 초상은 단지 자신의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이 얼굴은 누구나 지니고 있는 얼굴이고 누구나

느끼는 불안과 공포이다. (중략) 결국 작가는 주어진 사회시스템이 요구하는 틀에 의해

연출되어지는 얼굴, 정체성 그리고 얼굴이 가리고 있는 불안과 공포에 대해 이야기한다.

(본문중에서 p238)

 

박승예 작가의 enforced insight 라는 작품에 대한 평을 발췌했다.

자신의 초상화를 주제로 그림을 그리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의미는 다양한 형태로 해석할 수

있어 보인다. 이 작품은 공포영화 포스터에 나올법한 그런 분위기를 담고 있는데, 단순하게

작가 자신의 내면을 본다기 보다는 사회적인 현상으로부터 빚어진 자신의 심리상태를 작품에

반영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한눈에 들어오는 투명한 총체성의 시선 역시 배반한다. 그러니까 케네디의 얼굴을 이루는 칸칸의

작은 이미지들은 다름 아닌 먼로이고, 먼로의 얼굴을 형성하고 있는 작은 사각형 안에는 케네디의

얼굴이 들어 있다. 그렇다면 그것은 단일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복수의 이미지를 한

공간에서 동시에 보여주는 기이한 화면이 되는 셈이다. 거리를 두고 시간의 차이 속에서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거듭하는 이미지들은 보는 이들에게 무엇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일까?

(본문중에서 p371)

 

김동유 작가의 케네디와 마릴린먼로 라는 작품에 대한 평을 발췌했다.

이 책의 표지에도 사용된 두 장의 사진같은 그림이다. 멀리서는 케네디가, 가까이서는 마릴린먼로가

뭔가 두 사람의 관계나 거리의 친밀감을 통해서 다르게 비춰지는 존재에 대한 구상을 작품으로

표현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같은 그림을 모자이크 타일처럼 배열했는데 그 안에서도 각각의

면의 명도를 섬세하게 처리하여 전체적으로 그림을 만들어가는 모습이 특이하다.

 

 

그의 사진은 보이기와 안 보이기, 흐림의 시각적인 구조에 의해서 구체화된다. 흐림은 어떤 부분은

가리고 또 다른 부분은 보여주는 '보이면서도 가리는' 이중성을 띠고 있으며, 이것은 물결의 흐름처럼 형상화된다. 원래 희미함은 외곽선을 다 보여주지 않아서 대상을 그리면서도 열어놓는 자유로움의 세계이다. (본문중에서 p538)

 

민병헌 작가의 '안개'라는 사진작품에 대한 평을 발췌했다.

조금 오래전이지만 마이클 케나의 사진전에 다녀온 적이 있다. 마치 민병헌 작가의 사진은 마이클

케나의 것과 닮아 있는 느낌이다. 젤라틴 실버 프린트 형태로 인화된 그림같은 사진이 아마도

실물을 보면 손으로 만져보고 싶을 것이다. 뭔가 보일듯 보이지 않는 몽환적인 구성이 인간의 눈으로

는 도저히 느껴보기 힘든 그런 몽환적인 사진, 아니 그림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작품을 보다보면 시간이 멈춰지는 느낌이 들어 마음이 편해진다.

미술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지만 예전에 사진을 오래 찍었던 기억을 더듬어 오래간만에 눈이 호사했다.

물론 전시장과 같은 곳에서 보았다면 조금은 다른 결과로 다가왔을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다년간의 미술평론에 경험을 실어 그간의 한국미술 평론에 대해서 다양한 시각을 표현하고

있다. 각 작품에 대한 글들이 매 번 다른 느낌이라 한 번에 작성된 평론들이 아닌 긴 시간을 두고

숙성된 포도주와 같은 그런 풍미가 느껴지는 깊은 글들로 구성되어 있다.

 

올해에는 오래간만에 전시장에 가보고픈 마음이 느껴지는건 왜일까?

 

 

- Real Princ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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