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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한 역사책이기 보다는

살짝 돌려놓은 시각으로

새로운 시각을 만들어 놓은 책











시빌라이제이션 - 서양과 나머지 세계 / 니얼 퍼거슨 / 21세기북스 / 2011년



역사가와 비역사가의 관계는 노련한 산사람과 무지한 등산객의 관계에 비유할 수 있다. 무지한 등산객은 '여긴 나무하고 풀밖에 없잖아'라며 그냥 지나치는 곳에서 산사람은 '저기 봐, 저풀숲에 호랑이가

있어'라고 말한다. 즉 콜링우드는 역사가 과학적 법칙과 전혀 다른 무언가, 한마디로 '통찰'을 제공한

다고 말한다. (본문중에서 p20)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 같다. 과거에서 미래를 배운다는 진리는 바로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교훈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 책에서는 상당히 방대할 수 있는 서양의 역사와 그 나머지

역사를 비교하는 관점에서 길고 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때로는 순차적인 방식으로, 때로는 서양문명

의 발전상황에 맞추어 적절한 사건들을 배치하여 집중도를 높여준다.



도시 하나를 문명이라 볼 수는 없다는 점이다. 문명이란 단일 규모로 가장 큰 인간 조직이고, 제국보다

상위 개념이되 제국 같은 일정한 형태가 없다. 문명이란 인간이 환경에 보이는 실질적 반응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문화이기도 하고, 종교이기도 하고, 언어 공동체이기도 하다. (본문중에서 p40)


이 책에서 주로 다루는 주제는 서양문명이 과거에 왜 다른 문명에 비해서 우월했는가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선행될 것은 우선 문명이라는 용어에 대한 정의에서 출발한다. 컴퓨터 게임으로 친숙한

단어일수도 있는 문명의 정의에 대해서 다시금 되새겨보고 그 의미에서 이 책을 접근한다면 그 자체

도 소득이라고 볼 수 있겠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어떤 한 분야 또는 이론에 대해서 나름의

정의를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이다.



중요한 것은 서양과 나머지 지역의 차이가 제도적이었다는 점이다. 서유럽이 중국을 집어삼킨 것은

부분적으로 정치, 경제 분야에서 더 많이 경쟁했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 프로이센, 그리고 나중에는

러시아가 행정이나 군사 면에서 더욱 효과적으로 변모한 것은 과학 혁명을 이룩한 과학자 무리가

이슬람이 아니라 기독교 지역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본문중에서 p54)


우선 그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 제도적인 부분에서 설명된다. 정치, 경제적인 부분에서 실용적인

제도의 도입의 우선화가 결국은 외형적인 문명의 우월성을 가져왔다는 해석이다. 결국은 더 많은

경쟁에서 이끌어져 나온 제도적인 부분이 서양문명과 동양문명의 차이를 가져온 첫번째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왜 유럽인이 중국인보다 더 강한 상업적 열의를 보였는가? 왜 바스코 다가마는 그리도 경제적 이익에

집착했는가? 살인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말 그대로 수백 개 국가가 치열한 경쟁을 벌인 중세 유럽

의 지도를 보면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14세기 유럽에는 대략 1000곳의 국가 조직이 있었다.

(본문중에서 p88)


상상하기 어려운 숫자이지만 좁은 땅덩이에 1000곳의 국가가 있었다면 아마도 그 경쟁이라는 것은

생존을 위한 무엇인가라고 표현해야 할 것이다. 결국은 앞에서 말한 제도적인 부분은 이러한 경쟁에서

발생된 자조적인 생존의 움직임이 아니었을까 하고 예상해본다. 좋은 예시로 중국과 포르투칼, 스페인

등의 새로운 문명을 접하는 항해에 대한 내용이 비교된다. 결국 자국안에서의 경쟁이라는 분위기가

달랐기에 다른 문명과의 접점에서 대응하는 형태가 달라졌을 것이다.



서쪽으로 향하는 여정에서 주인공 위스벡은 이렇게 썼다. '나는 오스만 제국의 나약함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 야만인들은 모든 예술, 심지어 전쟁의 예술까지 금지했다. 유럽 국가들이 나날이 발전하는

동안 이 사람들은 원시적인 무지의 상태로 남아 있다. 그리고 전쟁에 새로운 발명품을 도입할 생각을

좀처럼 하지 않는다. 그런 신무기를 가진 적들에게 수천 번 당하고 나서야 정신을 차릴 듯하다.

(본문중에서 p160)


이런 경쟁체제 안에서 오스만 제국과 같은 강대한 국가들이 나오지만 유럽이라는 경쟁체제 안에서는

정치, 경제를 위한 제도도 중요했지만, 과학기술이라는 측면이 새로운 요소로 대두된다. 결국은

이러한 분야에 대한 제도적인 제약들이 제국의 몰락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물론 현세에 와서도 이런

부분들은 동일하게 적용된다. 지엽적으로 보아서는 최근에 삼성전자와 애플을 비교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결국은 국가적인 당면과제가 아닐 수 없다.



북아메리카가 남아메리카보다 잘살게 된 단순한 이유는 다수에게 분배된 재산권과 민주주의를

핵심으로 하는 영국 정책 모델이 소수에게 부와 권력을 집중한 스페인 모델보다 효과가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노예제도와 인종 분리정책은 미국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었고, 그 유산이

아직도 남아 10대 임신, 저조한 교육 성취도, 약물 남용, 부당한 투옥 같은 고질적인 문제들이

아프리카계 미국인 사회를 괴롭히고 있다. (본문중에서 p238)


저자는 단순하게 서양문명의 과거 우월함을 설명하기 보다는 그들이 지배한 또는 개척한 식민지나

신천지의 제도 및 정책에 대해서도 차이점을 기술하고 있다. 바로 그것이 오늘날의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다. 바로 역사를 통해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이런 해석에서

새로운 이해를 가져올 수 있다.



디아뉴는 이것이 조르주 클레망소 총리와 협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임을 알아챘다. 그는 전투에 참여

하는 아프리카인 누구에게나 프랑스 시민권이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서아프리카에 병원과

학교를 더 많이 세우고, 참전 군인들은 세금을 면제해주고 적당한 연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본문중에서 p303)


물론 위의 내용과는 조금 다를 수 있지만, 이러한 식민지 정책에 대한 부분들이 그들에게 나름의

혜택(?)을 주었다는 새로운 시각에서의 해석도 함께 첨언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나름의 꼼꼼한 통계자료도 다수 첨부되어 있다. 오늘날 프랑스와 북아프리카 국가와의 관계 등에

대해서도 이런 시각에서 그들의 역사적인 배경을 가지고 풀어간다. 우리에게는 축구선수 지단의

출신국 정도로 생각될 수 있는 그들의 역사가 바로 식민지와 프랑스의 군사력 필요에 따른 정책적인

과제로 풀어졌다는 것을 생각하면 신기하다는 느낌마져 든다.



1938년 이 야만적이고 원시적인 세력은 외국에, 그중에서도 독일에 있었다. 하지만 이미 살펴보았듯

처질이 귀중하게 생각했던 자유과 합법적 정부라는 가치만큼이나 그 세력 또한 서양 문명의 산물임은

틀림없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오늘날에도 서양 문명을 향해 다가오는 가장 큰 위협은 다른 문명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 자신의 무기력함, 그리고 그것을 더욱 부추기는 역사적 무지다.

(본문중에서 p505)


역시 니얼 퍼거슨은 마지막에 이런 역사에 대한 가치를 자신의 시각에서 확실하게 풀어놓고 마무리하

고 있다. 우리가 흔하게 말하는 과거의 잘못이 반복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역사를 통해서 배운다는

것이 바로 이러한 부분 아닐까 생각된다.

책의 분량만 보아도 살짝 질릴 수 있는 책이다. 아마도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이상은 쉽게

이 책에 손을 가져가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루한 역사책이기 보다는 나름의 새로운 주제를

가지고 우리에게 흥미로운 사건들을 중심으로 풀어놓은 책이어서 방대한 분량이지만 지루하지 않다.

교과서적인 역사책 바깥에서 새로운 역사를 배워보자.




- Real Princ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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