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미어지도록
슬프지만
진정 흥미로운 책!
난징대학살, 그 야만적 진실의 기록
역사는 누구의 편에 서는가 / 아이리스 장 / 미다스북스
일본과 한국의 관계에서는 우리가 느끼는 스포츠 한일전의 비장한 각오만큼이나 말로 표현하기
힘든 긴장감이 흐른다. 마찬가지로 중국과 일본의 관계에서도 비슷한 감정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드는데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난징대학살'이 아닌가 생각된다.
책의 표지에서부터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것은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유명세를 얻었지만 결국
인생 자체가 불행해지고 결국 자살에 이를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누군가 애써서 억지로 기억시키지 않는다면, 죽음과 그 과정에 대한 끔찍한 모독이자 인간 사회
의 진화에 반하는 이 행위는 역사에서 그저 단순한 '주석'처럼 축소되어 컴퓨터 프로그램에 별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사소하고 무해한 고장처럼 취급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는
공포를 느꼈다. (본문중에서 p55)
이 책의 전반적인 내용을 이루는 것은 난징대학살에 대한 참상을 알리고 또 바로잡아 보자는
것에 있기도 하지만 저자는 일본을 중심으로 학살에 대한 역사왜곡을 더 걱정하고 또 후세에
이러한 비극적인 일이 잊혀져가는 것을 문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우리가 걱정하는 일본의
교과서 왜곡과 같은 맥락에서 문제인식을 하게되니 아무래도 역사는 되풀이되는 것인가보다.
역사 왜곡은 난징에서 참혹하게 죽음을 당한 사람들에 대한 모독이며 그로 인하여 특정 시기,
특정 장소에서 일본인이 저지른 일에 대한 비난이 전체 일본인에 대한 모독으로 연장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 책은 일본인의 국민성이나 잔인한 인간의 유전자에 대해 언급하기 위해 쓰여진
것은 아니다. 이 책은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그러나 종잇장처럼 얇은 '사회적 통제'란 겉치레를
벗겨버릴 수도 있고 이를 강화할 수도 있는 문화적 위력에 관한 것이다. (본문중에서 p59)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참혹한 역사의 진실을 나열하기 보다는 우리의 현실과도 무관하지 않은
역사 왜곡의 문제점에 대한 인식을 하는것이 더 큰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만약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진실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고 그저 누군가의 탐욕을 위해 의도만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지옥이 될 것이다. 결국 그런 지옥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올바른 역사인식을 통해서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을 마다하지 않는것이 우리의 의무가 아닌가하는 생각을 해본다.
히로히토에게 전쟁 책임을 묻지 않고, 더욱이 왕좌를 지킬 수 있게 함으로써 일본인들은
자신들이 제2차 세계대전 중 저지른 범죄 행위에 대해 역사적으로 인식하지 못했다. 히로히토
전기를 쓴 저명한 일본학 학자 허버트 빅스는 '많은 일본인들은 자신들이 숭배하는 국왕이
자신의 발언과 행위에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을 보면서 자신들이, 민족 학살에 가까웠던 그
살육 행위의 공범자임을 느끼지 못했다.' (본문중에서 p255)
물론 우리가 아는 역사뒤에 가려진 부분에 무엇이 있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역사인식
이라는 부분에서도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해석들이 난무하는 것을 보면 정말
진실과 사실이라는 사이에 끼어드는 의도와 탐욕이라는 부분이 결국 money and power로 대표
되는 슬픈 현실을 말해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상황도 의도라는 것이 이런 무시무시한 역사
를 만들어낸다는 것이 단순하게 인간은 그 어떤 동물들 중에서 가장 무서운 무엇을 가지고 있다
라고 표현하기에 부족해보인다.
일본은 난징에서 벌어진 악행에 대해 법률적인 책임뿐 아니라 도덕적인 의무를 지니고 있다.
최소한 일본 정부는 희생자들에게 공식적인 사과를 해야 하고 그 고난의 시기에 인생이 파괴된
사람들을 위해 적절한 배상을 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일본의 다음 세대에게 학살의 진실을
알려야 한다는 점이다. 국제 사회로부터 진정 존경 받기 위해서 그리고 역사의 얼룩진 페이지를
마감하기 위해 일본이 앞으로 가야 할길은 멀다. (본문중에서 p320)
단순히 아프고 슬픈 역사라고 말하기 보다는 당당하게 진실을 규명하고 후대에 전파하는데
힘을 쏟는 것이 더욱 의미있는 일이라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처럼 목숨을 바쳐가면서
이런 부분을 지켜나가는 것은 개인에게 있어 너무나 어려운 부분이다. 결국은 조직적인 또 국가적
인 차원에서 이런 역사바로잡기와 역사 왜곡에 대한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대응을 해나간다는 것은
중요를 넘어 당연한 일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 Real Prince -
'리얼프린스의 독서노트 > 정치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출판사 습격기 / 조희경 외 / 서해문집 / 2009년 (0) | 2011.05.24 |
---|---|
나는 에디터다 / 김병익 / 새물결 [정치사회_2010] (0) | 2010.07.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