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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에 꼬리를 무는

책들의 연쇄

이렇게 지식의 끈이 

길고 또 길줄이야.











마녀의 연쇄 독서 / 김이경 / 후마니타스


이 책은 뭔가 특이한 독서의 끝말이어가기와 같은 그런 분위기의 책이다. 누구나 책을 읽다보면

어느순간에는 '무슨 책을 읽어야 하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될 것이다. 바로 그런때 연쇄 독서

라는 방법으로 지식의 원을 조금씩 크게 그려간다면 독서의 재미를 배가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저자는 이 책에서 다소 특이한 방법으로 자신만의 연쇄독서를 완성시켜 가고 있다. 

때로는 저자의 작품에서, 작품의 주요 모티브에서 또는 역사적인 배경이나 사회적인 이슈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독서의 꼬리를 이어가는 아이디어가 참신하기도 하지만 저자만의 폭넓은

독서와 함께 그 분량에도 압도당할만 하다.


연쇄 독서는 이처럼 도처에서 별별 이유들이 빌미가 되어 일어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사소한 호기심으로 시작한 독서가 연쇄에 연쇄를 거듭하여 스스로도 놀랄 근원의 독서로 

나아가기도 합니다. 베스트셀러나 추천 도서 목록을 좇아 읽을 때는 경험하기 힘든 의외의 

만남이고 시야의 확장이지요. 연쇄 독서의 매력은 거기에 있습니다. (본문중에서 p15)



언어와 문화들의 사멸을 방치하면 이 세계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의 총량이 직접적으로

줄어들게 된다. 왜냐하면 이 세계의 풍부함과 다양함을 이야기하던 목소리들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것은 어떤 종이 멸종하면 환경의 어느 고유한 부문도 함께 희생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목소리들이 하나하나 사라지면서 우리는 자신이 누구였는지, 누구인지, 어떤

존재가 될 것인지를 조금씩 잃게 된다. (본문중에서 p49)


최근 출판업계에 최대의 불황이라는 수식어가 어떤 업계보다도 더 강조되어 떠돌고 있다.

물론 기술적인 측면과 인터넷 열풍을 타고온 온라인 서점의 득세와 새로운 포맷의 독서의

붐을 일으키고 있는 이북. 겉으로 볼때는 환경도 좋아지고 더 많은 책을 읽을 수 있는

다양한 창구가 생긴것처럼 보이지만, 수많은 출판물들이 마케팅이라는 도구안에 갇혀서

한정된 지식만을 반복해서 생산해내는 환경을 만들어버리고 말았다.


음반업계에 비해서 출판업계는 비교적 불법복제라는 측면에서 자유로운 편인데, 책

판매량 만큼은 그에 따라주지 못하나보다. 쉽게 생각해보면 출퇴근길에 책을 보는 사람보다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이 바로 현실이다.



그가 죽는 날까지 끊임없이 아우슈비츠를 증언한 이유는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

였습니다. 사람들이 인간이 만든 이 세계의 지옥을 인정하고 대면하기를, 그리하여 자기 안의

지옥을 정면으로 응시하기를 바랐던 것이지요. 그 지옥에 머무르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시는 

이 세상에 그런 지옥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 더 이상 인간이라는 말을 쓸 수 없을 만큼 끔직해진

'인간'을 회복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본문중에서 p97)


인간이 인간에게 할 수 있는 행동에는 이타적인 측면도 있지만, 이기적인 때로는 잔인한 면이

더 부각되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 아닐까 생각된다. 물론 2차 세계대전과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

벌어진 상상하기 어려운 민족말살정책과 같은 독일군의 당시 행태는 용서라는 단어와 함께

미래에 재발방지를 위한 경각심이라는 표현보다는 중동사태에서 지속적으로 빚어지고 있는

정치적, 종교적 문제들이 인종간의 사람과 사람간의 갈등을 잔인한 행동으로 표출하고 있는

반복되는 역사의 현실인식으로 밖에는 비춰지지 않는다.


인간의 회복이라는 존엄하고 진지해보이는 대주제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 바로 현실인식에서

출발한다는 것이 저자의 말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그렇기에 우리가 끔찍한 역사의 현장을

복원하고 어릴때부터 가르치는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그가 이렇게 농민의 권리를 강조하는 이유는, 식량 문제는 결국 민주주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기아의 근본 원인은 식량이나 땅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민주주의가 부족하기 때문"

이라는 프란시스 무어라페의 말을 인용하며, 식량 안보를 지키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종자

다양성에 대한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접근성"에 달려 있다고 단언합니다. (본문중에서 p156)


인류가 농사라는 개념을 정립하고 그것을 실행에 옮겼을때는 이미 농사 자체가 단순하게 

식량을 생산하고 그것을 자급자족해서 생존을 위한 도구로 활용하는 것은 끝이 난 건지도 모른다.

게리 폴 나브한이 말하고 있는 식량 문제는 곧 민주주의라고 말하는 것이 바로 우리의 현실인

것이다. 우리가 깨끗한 물 한모금을 마시는 것도 정부의 정책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우리의 

목 안으로 물을 넣을 수 있는 것이 바로 현실인 것이다. 결국 폭발적으로 증가한 인구 안에서

계속해서 황폐화되는 지구, 이런 현실이 바로 각 나라의 정책적인 식량안보에 힘쓸수 밖에 없는

현실로 닥쳐있는 것이다.



짐머는 여기서 붉은 여왕을 잡으려 애쓰는 앨리스에게 "다른 길로 가보는 게 어때요?"하고

일깨운 장미꽃의 충고를 되새깁니다. 짐머가 이 이야기를 꺼낸 건 성의 탄생을 설명하기

위해서이지만, 나는 붉은 여왕을 잡기 위해선 죽어라 뛰는 것보다 방향을 바꾸는 발상의 전환이

중요하듯 기생충을 잡는 데도 "다른 길"로 가보는 시도가 필요하다는 뜻으로 읽었습니다.

(본문중에서 p174)


우리에게 어떤 문제라는 것이 주어지면 우리가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은 그 문제에 대해서 생각

하게 된다. 단지 이 문제 자체가 올바른 것인지는 생각하지 않고 주어진 문제를 풀기위해서만

오로지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더 좋은 방법이나 다른 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문제라는 프레임에 갇여버려 문제를 풀때까지는 결코 빠져나오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레드퀸의 말처럼 문제 속에서 계속해서 뒤쳐지지 않게 달려가고 

있는 내 자신조차도 발견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 글을 적으면서도 지금 나의 하루하루가 이 레드퀴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본다. 


마녀의 연쇄독서는 조금은 새로운 형태의 독서법에 대해서 대중적인 가능성을 논하기에는 

조금 성급해 보이지만 나름대로 책에 대해서 우호적인 성향의 책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환영할만한 독서법이 아닌가 생각된다. 자신이 원하는 정보에 대해서만 취사선택하는것이

작금의 현실이지만 이 연쇄독서법이 바로 그런 남들에게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 충분히

보완할 수 있는 독서법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생각이든다. 



- Real Princ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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