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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공간에서 시작하는

설레임 가득한

일상 우주 여행












일상 여행자의 낯선 하루 / 권혜진 / 이덴슬리벨



내가 최근에 읽은 이덴슬리벨의 책들은 대부분 여행관련 서적들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여행서적의 내용은 책의 저자의 직접적인 여행지에서의 경험과 에세이적인 요소들로 가득 채워

진다. 필자는 이 책을 펼쳐들고서도 같은 생각으로 책장을 펼쳤지만, 기존의 틀을 깨기에 충분한

발상의 책이었다. 


바로 그 틀을 깬다는 형식은 우리의 일상 안에서 저자의 그간의 여행 및 독서와 취향사이를 넘나

드는 여행의 흔적이라 할 수 있겠다. 지금은 당장 여행지에 떠나 그 경험을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살아오면서 언젠가 겪었던 일들을 되짚어보며 그 안에서 무엇인가 진한 느낌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권혜진 작가의 일상 여행자론인 것이다.



무엇보다 얼마나 깊이 보고 존재를 체험하느냐는 얼마나 멀리 여행하느냐와 다르지 않았다.

여행에 있어 '거리'는 각자가 지닌 시선의 깊이 측정이다. 시선의 깊이. 그러하기에 앞서 철학,

과학, 인문학을 두루 여행한 선지자들의 도움은 회색빛 일상에 색을 입혀 줄 것이다. 그리고 

성검과도 같은 여행자의 '시선'만 있으면 집앞 골목에서도 앙코르와트의 일몰을 볼 수 있으며

동네 커피숍에서도 헤밍웨이가 될 수 있다. 그것이 진짜 여행이다. (본문중에서 p10)


바로 이 책의 컨셉이 이 문장에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여행이라는 개념에서 벗어나 실제로

그 장소에 가지 않아도 자신의 여러가지 간접적인 경험을 통해서 여행지를 바로 눈앞으로

옮겨놓는다는 것. 정말 기발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이런 방식의 특이한(?) 여행에 대해

그게 무슨 여행이냐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구글 스트리트 뷰를 보고 이제는 여행 갈 필요가

없겠다고 말한 기억이 있지 않은가? 아마도 아무런 생각없이 여행지를 바쁘게 이동하면서

사진만 찍고 돌아오는 여행보다는 여러가지 간접적인 경험을 통해 깨달음을 얻어가는 

신개념(?) 여행이 더 의미있는게 아닐까 하는 마음이다.



마치 필름을 새로 갈아 끼우듯 금방 바뀌는 풍경 속에서 여행자가 얼마나 그곳에 오래 있었는지,

혹은 무엇 때문에 이 생산성 없는 태평함을 누리는지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이것은 크나큰

자유다. 타인의 허송세월을 초를재며 기록하려는 오지랖 넓은 시선들에서 자유로울 수 있으니까

말이다. 강박의 도시 속에서 맘 놓고 일상 우주 여행을 펼칠 수 있는 자궁 같은 곳, 버스 

정류장이다. (본문중에서 p59)


사실 여행이라는 것은 저자가 말하고 있는 것처럼 익명성이라는 자유를 우리에게 주기에 더욱

적극적일 수 있고 일상과는 다른 태평함에 나를 맡기고 여유라는 언어를 나에게 선물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는 그 장소를 버스정류장으로 말하고 있다. 버스정류장은 우리에게

출발과 도착으로 기억되는 장소다. 하지만 여행자의 여유를 말하기에는 전혀 다른 의미의 

장소이지만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면 그곳이 바로 여행자를 위한 최고의 장소가 되어 버린다.

필자 또한 호기심에 버스정류장에 앉아본다. 하지만 끊임없이 날아드는 벌레와 소음, 그리고

먼지 때문에 포기해야만 했다.



"산다는 것은 서서히 태어나는 것이다"라고 생텍쥐페리는 말했다. 이 말은 조금씩 필요 없는 

옷을 벗어 나가겠다는 것인지도 모른다. 산업 기계로서 도구적인 삶에 길들여진 옷, 그 옷을 

조금씩 벗는 것이다. 그리고 알몸으로서의 자존적 공간을 확보해 가는 것. 조직과 집단에서 

벗어나 잠시라도 오롯이, 알몸으로 홀로 있음을 선택하는 이 쉽고 단순한 혁명. 

(본문중에서 p96)


저자의 말을 빌자면 우리에게 주어진 것들이 너무나 많다. 수많은 매체에서 지적하고 있는 것은

스마트폰 이겠지만 어디 그뿐이겠는가. 아무런 장애없이 하루하루를 자신의 의지에만 의해서

살아간다는 것이 이처럼 힘든 시대가 어디에 있을까. 그러다보니 에코, 웰빙, 로하스, 다운

쉬프트 등의 인위적으로 만들 필요도 없었을 용어들이 생겨나고 있다.

결국 나라는 본질에 접근하기 위해서 나를 둘러싸고 있는 장애물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인데

그런 것들이 오히려 자연스러워지고 있으니 큰 일이 아닐까.



이런 여행을 추천한다. 루브르 박물관에 갈 수 없다면 내 방을 전시실로 만들고, 파리 퐁피두 

센터에 가기 어렵다면 내가 작가가 되는 것이다. 여행은 공간을 이동해 실물을 직접 구경하고 

감상하는 원초적 의미도 있지만, 공간에 가서 직접 관람하며 기른 '안목'에 더 깊은 매력이 

있는지도 모른다. (본문중에서 p192)


누군가는 여행을 가기 전에 준비하는 시간이 그 여행보다 더 즐겁다고 말한다. 필자의 경우도 

그랬던 것 같다. 내가 너무나도 가지고 싶었던 물건이 손에 들어온 짧은 순간이 지나고 나면

그 기쁨은 사라져 버린다고 말하는 것처럼 하나하나의 과정이 더욱 우리에게 보람을 주고

기억에 남듯 여행이라는 행위도 결국은 장소에 대한 기억보다는 장소에 머무르기 위해 거쳐간

과정들이 더욱 소중한지도 모르겠다.

저자가 말하는 일상여행자의 의미는 책의 중반부를 넘어서야 이해할 수 있었지만 생활이 바로

여행이라고 말하고 싶다면 한 번쯤은 시도해 볼만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기회가 된다면

버스정류장 여행 다시 한 번 시도해 보고 싶다.


- Real Princ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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