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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Vita Capitalism

생명이 자본이다.





생명이 자본이다 / 이어령 / 마로니에북스



그의 글을 읽으면 뭔가 지식의 깊이가 느껴진다. 언어의 마술을 깊이있는 지식으로 새롭게 풀어가는

그의 글이 한편으로는 그저 부럽기만하다. 누군가 그와 인터뷰를 할 때 한마디도 제대로 하지 못

했다는 말이 이해가 간다. 이 책에서도 '금붕어'라는 단어안에서 큰 원을 그려가며 한 권의 컨셉을

풀어나가고 있다.



   이제 80입니다. 8자를 눞히면 무한대의 기호가 되고 뫼비우스의 띠로 변한다고 내 나이에 

덧칠을 해보지만 이제 글쓰기도 예전 같지가 않습니다. 아침마다 기억은 저만큼 도망치고 

내가 길들여 온 '말'들은 흰머리카락처럼 빠져 사방에 흩어집니다. 내 삶 전체가 쓰레받기에 

담기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파집니다. 조금 일찍 쓸 걸 그랬나 봅니다. 구술도 해보고 메모한 

것을 완성하기 위해서 젊은 대필자를 구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남이 내 목숨을 대신해 줄 

수 없듯이 글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지내보고야 알았습니다. (본문중에서 p7)


이 책을 처음 접하고는 80이라는 나이에 '신간'이라는 단어가 '이어령'이라는 이름 앞에서는 독자

들로 하여금 기대감을 주기에 충분하다는 느낌이었지만 프롤로그의 글처럼 세월의 흐름을 빗겨갈

수 없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 인가봅니다. 필자의 경우는 그를 늦게 만나 '디지로그'를 통해서

그의 진가를 느꼈지만 이 책에서도 녹슬지 않은 그의 지식의 깊이가 묻어나는 것은 아마도 이어령

작가 자신만의 세월의 무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 살아있다. 살아있었구나. 전쟁과 피난살이 속에서 젊은이들이 겨우 매달려 산, 시 한 

구절이 있다. '바람이 이는구나. 아, 살아야만 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분명 남의 말로 된 시 

한 구절이 아니었다. '자살'이라는 말도 거꾸로 읽으면 '살자'가 된다는 강렬한 모국의 언어로

 감지한 목숨, 그때까지 숨기고 살아온 내 굳은 생명의 살점을 만져보는 순간, 음표와 음표 

사이에서 침묵하던 목청이 트인 것이다. 그리고 그때 나도 모르게 하얀 입김과 함께 튀어나온 

말이 유레카였다. (본문중에서 p22)


이 책의 전체적인 구성은 금붕어 에피소드에서 시작하여 금붕어로 돌아온다. 필자가 마음에 들어

한 글들의 대부분은 하나의 주제를 통해서 반복해서 그 지식을 두텁게 그려가면서 다시금 주제의

무게를 진하게 독자들 가슴속에 심어주는 형태의 글들이었는데, 이 책도 그런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바로 금붕어를 통해 저자가 느꼈던 삶의 무게를 생명 자본주의라는 새로운 언어에 얹어

자신만의 언어로 풀어가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에도 콩 세 알에 담긴 마음을 이어 나가려는 사람들이 많다. 그중 하나의 이론이 바로

'자연자본주의'다. 자연과 자본주의는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말이다. 쉽게 말하면 돈이나

산업과 같은 것을 자본으로 하여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물,바람, 태양 그리고 자연의 모든 

생태계를 자본 삼아서 재생산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자본주의로 바꿔가자는 것이다.

(본문중에서 p170)


콩 세 알에 담긴 마음이라는 것이 어쩌면 화폐경제를 앞세운 지금의 자본주의 문화에서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주장으로 들리겠지만 지금의 인류가 겪고있는 여러가지 문제들이 결국은 그러한

각박한 세상의 원인이된 여러가지 자본주의적인 문화때문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결국 자연, 생명

이라는 주제 안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문화가 새로운 자본주의로 자리잡는다면 자본주의로

인해 상처받은 인류를 구할 수 있는 새로운 키워드가 될 수 있지않을까하고 생각해본다.



  사자들과 영양들의 경주가 아니라도 우니라나 말에 보면 '먹힌다'는 말이 참 많다. 우리는

'말이 안 먹히네', '아이디어가 안 먹히네'라는 말을 쓴다. 소통은 대개 먹히는 것이다. 먹혀야

소통이 된다. 내 말이, 내 마음이 상대방 마음에 먹혀야 통하는 것이다. 안 받아주면 나는 말을

하나마나이다. (본문중에서 p178)


최근에 와서 '소통'이라는 말이 계속해서 회자되는 것을 보면 아마도 소통이라는 것이 중요한

키워드로 다가올 만큼 우리의 대화에 문제가 생겼나보다. 우리가 흔히 일을 잘한다는 것은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느냐에서 판가름 난다고 말한다. 그 방법이야 여러가지겠지만 상대의

마음을 열 수 있는 것도 결국은 생명의 소통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생명 자본주의 설파하는 것이

바로 이 책의 메시지인 것이다. 결국 물질적으로 눈에 보이는 것은 먹는 것이지만, 정신이나 영혼

에서 보았을때는 먹히는 쪽이 더 위라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말이 뒤늦게 이해를 부르는

것이다.



  '유레카'라고 하는 감탄사 하나의 낱말을 통해서 우리는 희랍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문화인류학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아이고'라는 언어를 통해서 이 지상에서 가장 청정하다는 

파랗고 투명한 바이칼 호수까지, 그리고 그 추위까지 갈 수가 있다. 철학 용어도 아닌, 과학 

용어도 아닌 우리 조상들이 남긴 말이다. 남들처럼 금붕어를 많이 기르지도 않는, 

상품화하지도 않는 우리 조상들이었지만, 붕어란 원종의 말을 남겨준 까닭으로 나는 금붕어를 

통해 붕어들이 놀던 그 생명공간까지 도달할 수가 있었다. (본문중에서 p245)


이 책의 '생명 자본주의'를 설파하기 위한 최초의 에피소드. 바로 '금붕어'에서 온 것이 이 책의

전반에 큰 원을 그려가면서 계속해서 진한 원을 만들어주고 있다. 그것이 저자의 언어 속에 흔적을

남기면서 '생명 자본주의'를 더욱 독자들의 뇌리속에 각인 시키는 것이 바로 이 책의 소통방식인 

것이다. 때로는 금붕어라는 단어에 대한 한중일 삼국의 어원에서부터, 그들의 금붕어 사랑까지.

지식을 풀어가는 방식이 움베르트 에코의 그것과 비슷한 느낌을 주었다면 필자만의 생각일까?


- Real Princ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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